현지 생활 Shakespeare’s Globe 연극관람후기
셰익스피어 글로브는 템즈강변 Tate Modern 옆에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공연했던 17세기의 극장을 재현한 곳으로 1997년에 개관했다고 합니다~
지난 달에 ‘십이야(Twelfth night)를 보았는데 연극은 물론 극장도 너무 색다른 경험이어서
이번 달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조금 늦은 후기 올려봅니다.
1. 연극
완전히 중세시대를 옮겨놓은 연극일거라는 추측이 있었는데 두 연극 모두 연출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장이나 무대 등은 현대극이라 할 수 있고 특히 십이야에 많이 포함되어있는 노래부분은 뮤지컬 못지않습니다. 원형극장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십이야>에서 배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줄리엣 집의 창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무대 밖의 공간에서 벌어지는데 관객들이 배우들의 동선에 해가 되지 않도록 잘 배려해 주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대화하며 현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2. 객석
객석은 크게 원형좌석(3층)과 무대앞 공간에서 서서 보는 자리로 나뉩니다. <십이야>를 앉아서 보았는데(25~45파운드) 왠지 서서보는 자리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서 보았습니다(5파운드)
3. 무대
무대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에는 밴드와 가수가 실시간 연주와 노래를 합니다. 극장 자체가 원형으로 Stage+Yard(스탠딩석) 윗부분은 뚫려있는 구조라서 사운드가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거의 잘 안들렸죠... 무대는 거의 소품이 없는 편인데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허전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4. 공연시간
<십이야>는 저녁공연(7시 시작)을 보았는데 점점 해가 저물면서 소리도 잘들리고 분위기도 더욱 무르익는 것이...감동이 배가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저녁공연은 모두 매진 되어 평일 낮공연(2시 시작)을 보았는데 햇빛 짱짱한 날에 검정옷을 걸친 배우들이 땀 범벅이 되어 열연하는 것을 보니 맘이 아팠습니다. 2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있고 전체 공연은 2시간 30분 정도 입니다.
5. 기타
객석의 좌석은 등받이도 없는 나무 벤치인데, 방석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1파운드,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안내요원 등 스탭은 고령의 어르신분들입니다.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계신데 모두 친절하고 상냥하고~ 왠지 더 푸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탠딩 좌석은 공연시간 전에 선착순으로 입장하니 서둘러 가면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맥주나 음료를 들고 자유롭게 관람하기 때문에 자리 다툼같은 것은 볼 수 없습니다~~^^
금요일에는 Midnight Matinees라고해서 자정부터 시작하는 공연이 있습니다. 귀가하는 교통편이 괜찮다면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자정넘어 영어 공연은 자장가가 아닐까 싶습니다.ㅋ
흠... 저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서 1/3가량의 공연을 놓쳤습니다. 파란 티셔츠의 스탭분들이 친절하게 구석에 마련된 응급실(?)로 안내해주셔서 조금 누워있다가 마저 관람했지요... 저 말고도 몇분이 더 누워계셨는데 대낮에 내리쬐던 강렬한 햇빛과 습기가 주 원인이었던것 같습니다. 스탠딩을 젊어서나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런던에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지만... 런던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중에 하나가 “셰익스피어 글로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