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뷰 [브라이튼 약대] 4학년 약대생의 파운데이션때부터 지금까지의 학업 후기와 현실적인 조언 #유급

작성자 *우*
작성일 2024.10.17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브라이튼 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0) Foundation Year

장소에 적응하고 친구를 만들 시기입니다.

평소에 디엠 등으로 파운데이션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생물과 화학을 얼마나 시작하고 가야 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파운데이션 과정에서 진행되는 진도 속도만

따라가면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이과였던 분들

khan academy 유튭 무료 영상으로

영어 과학 용어만 익숙해지세요.

한국 수능처럼 문제들이 지엽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문과/예체능이었던 분들

khan academy 유툽 무료 영상으로

bio/chem을 한 바퀴 돌리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돈 쓰지 마세요.

영어로 공부하는 것의 제일 큰 장점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이기 때문에

정보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영어로 bio/chem 무료로

쉽게 배울 수 있는 자료가 넘치고 넘쳐납니다.

 

이 시기에는 도서관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시기를 추천 드릴게요.

그게 약대에 있는 한국인들이든 외국인이든

다른 학교 사람이든 간에요.

이 시기에 만나시는 분들이 앞으로의 힘든

약대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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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험, 공부

시험 문제들은 제법 straight forward합니다.

다른 영국 학교들이 그렇든 절대평가입니다.

1 학년 때 최대한 자기가 할 수 있는 역치를 끌어올려서

공부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워낙 양이 방대하다 보니

모든 것을 외우고 간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기억해야 할 것들과 아닌 것들 사이를

잘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시험을 볼 때도

내가 어느 부분을 어느 정도 시간을 들이고

어느 만큼 기억하고 들어가야

최소한 패스를 할 수 있을지 알게 됩니다.

이걸 찾지 못하면 fail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대학을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고등학교, 자격증 시험처럼 시험에 나올 것들을

콕콕 집어 알려주지 않습니다.

교수님들이 대충 흘리는 듯이 언급만 하고 지나가거나

피피티 구석에서 처박혀 있는 내용이 시험에 나올 때도 많습니다.

무조건 시험에 낸다고 해 놓고서 내지 않은 적은 부지기수입니다.

때문에 중요도를 분별하는 눈을

저학년 때 기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시험장에 들어간 뒤에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길게 답을 많이 쓰는 걸 추천 드립니다.

교수님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패스 점수에 간당간당한 경우에

점수를 최대한 더 줘서 올려주고 싶어도

쓴 게 없으면 점수를 주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기본적인 말이라도 많이 쓰시면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제가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에 다니는

의대생/약대생 친구들이랑 이야기 할 때마다

영국 약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임상지식(clinical knowledge)의 비중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조제가 약사의 역할이 아닙니다.

약국에서도 병원에서도 약사는 조제를 하지 않습니다

(조제사가 따로 존재).

한국 포함 다른 나라 약대들보다

화학/유기화학의 비중이 생각보다 낮고

임상에 대해 저학년부터 많이 가르칩니다.

특히 졸업하는 약사 모두가 처방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 차트와 시나리오를 보면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연습을 합니다.

진단과 처방을 하기 때문에

의사와 약사의 역할 사이에 grey area가

그 어느 나라보다 더 크게 존재한다고 느껴집니다.

약대는 나만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누군가가 발견하고 정의 해 놓은 것을 암기함이

99%를 차지하기 때문에

골똘히 고민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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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급, 퇴학

기본적으로 약대는 유급률, 퇴학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약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공에서도 종종 유급을 시키는데,

훨씬 더 양이 방대하고 약사회 (Gphc) 아래서

엄격한 관리를 받는 약학대학이기 때문에

유급, 퇴학이 더 흔히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대학에서처럼 F를 맞았다고 해서

다음 학기에 해당 모듈을 다시 듣거나,

시험을 치거나 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건 약사회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는 부분입니다

(다른 전공처럼 학교 재량으로 유도리 있게 올라가기가 불가능).

즉, 모든 퀴즈 모든 코스워크 모든 시험을 다 패스를 해야만

다음 학년으로 progress가 가능합니다.

단 하나의 요소라도 패스를 하지 못하면

그 하나 만을 위해서 일 년 동안 유급을 해야 합니다.

(fail 한 모듈만 다시 듣는지,

모듈 안에서도 강의, 랩 등을 전부 다시 들어야 할 지는

학생들 개인의 상황과 학교 재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영국 다른 지역에 있는 약대 중

유급 제도가 없는 학교가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유급 없이 바로 퇴학 처리하는 학교).

유급을 하였는데도 시험을 패스하지 못한다면

기본적으로 퇴학 처리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medical condition 등의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면

증거 자료를 제공하면서 additional consideration을

신청 해 볼 수 있습니다.

브라이튼에서는 일 년에 총 4-5 개의 모듈이 존재합니다

(학년 별 상이).

이 중에서 fail을 하게 되면

해당 여름방학에 최대 2개의 모듈까지 재시험을 보게 해줍니다.

만약 3 개 이상 fail 시에는

여름에 보는 두 개의 시험에 전부 패스하더라도

무조건 유급을 해야만 합니다.

여름 재시험에서 두 개 중 하나만

붙었을 때도 유급을 하게 됩니다.

유급을 하게 될 경우에는

자신이 다시 듣는 모듈만큼 학비를 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총 4 개의 모듈 중에서 한 개를 유급하였을 때

일 년 등록금/4 해서 ¼학비를 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브라이튼 시험이 그렇게 pass 하기가 어려운가

대해서는 이야기 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1) 일단 모듈 리더 교수님들이

pass/fail rate 통계를 내주실 때도 있고

안 내주실 때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stat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내주신 적이 있었을 때

가장 fail rate이 높았을 때는 75% 의 학생이

해당 모듈에서 fail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낮을 땐 8-90%의 학생이 pass 하기도 합니다.

2) 커리큘럼과 문제 유형이 달라졌습니다.

졸업생 모두가 처방 약사가 되는 제도 때문에

영국 전국의 약대들이 선배들과 커리큘럼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현재 4 학년인데 현재 1-2 학년 학생들과 커리큘럼이 다르고

시험지 안에서 문제 유형도 달라졌습니다.

해당 내용으로 시험을 본 학생들의

pass rate data 가 쌓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3) 다른 약대들도 어렵습니다.

기존에는 학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약사 면허 시험 합격률을 올리겠다고

지엽적인 문제들, 점수를 잘 주지 않는 점들이 있었는데

유급율이 너무 올라가다보니

시험 유형을 좀 더 쉽게 바꾸고 매번 모의고사를 준비해주는 등

현재는 안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느껴집니다.

현재로서는 다른 약대들보다 더 유급/퇴학률이 높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2-1) 유급을 당했을때

저 또한 2 학년을 유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으나

지금 돌아보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Fail 했던 모듈만을 다시 들었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 기존에 어떤 부분을

잘못 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패를 겪는다는 게 당시에는 힘든 경험이었으나

졸업이 일 년 늦춰짐으로서 가까스로 처방 약사가 될 자격이 되었고

학교에서도 책임 소재가 있었어서

운 좋게 학비를 내지 않고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일하던 약국에서의 약사님들이나 병원에 약사님들도

재학 시절에 재시험/유급을 한 번씩은 경험하셨다고 말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임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붙잡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냐고 물어보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남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였으나

친구들이랑 같이 도서관에서 수다만 떨더라도 집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었고

학교에 마음 붙일 수 가 있었습니다.

공부하면서 제일 중요 한 것이 내가 뭘 모르는 지를 아는 것인데,

서로 질문하고 설명해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약대 생활 중 유급을 겪게 된다면

절대로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친구나 선배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구하기를 추천합니다.

그래야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때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급을 하게 된 학년의 친구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원래의 동기들은 더 이상 동기가 아니며

새로운 동기들이 앞으로 졸업하는 동안

같이 생활하게 될 친구들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은 유급 기간 동안

자신만의 stress management, 감정 컨트롤하는 방법, 취미,

기댈 수 있는 친구들 등등의 safety net을 무조건 만들어 놔야 합니다.

이것들이 전부 조화를 이루어야

무사히 유학 생활을 마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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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자

약대생/약사의 경우

health and care skilled worker visa 5년짜리

비자 신청 자격이 되므로 비자 문제가 없습니다.

5 년을 마치고 나면 영주권 신청 자격도 주어집니다.

따라서 비자 때문에 pre-reg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본적 없습니다.

저는 현재 oriel 프로세스 중인데

구직창에서 비자를 지원하는 site만 따로

필터링 해서 지원 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pre-reg 끝나고 영국에 남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시다면

계약서 작성 할 때 병원/약국에 이야기 하시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4) 마음가짐

그래도 양이 많고 힘든 공부인데

날씨도 안 좋은 영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생활하고 공부하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끝없는 시험의 압박감과 유급에 대한 부담감이 큰 스트레스이고

약대 생활을 시작한 뒤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졸업과 면허를 목표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이 됩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로 스트레스 받을 때만 빼면

저는 영국 약대에 온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습니다.

영국에 오랜 기간 있는 동안 졸업하고 영국에 남고 싶어도

비자 문제로 돌아가는 다른 전공 친구들도 많이 보았고,

한국보다 환자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업무 환경도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제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진로입니다.

그러나 기회 비용이 크고 스트레스가 큰 과정이기 때문에

부디 모든 것들을 잘 고려하시고 신중하게 선택하셔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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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K Tess

2024.10.17

벌써 4학년이라니!!!
이제 1년만 더 공부하면 ~~~~~~실습 돌입이군요^^
마지막까지~~~ 화이팅하시고
정말 현실적인 조언들 감사합니다.
브라이튼 약대 관심학생들에게 필독이 될것 같아요